식물분류를 보다 보면 생소한 용어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통일되지 않고 제각각 쓰는 면도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겉씨식물과 속씨식물, 나자식물과 피자식물, 은화식물과 현화식물 같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리해 봅니다.
헷갈리는 표현법들 _ 겉씨-속씨식물, 피자-나자식물, 은화-현화식물
겉씨식물 - 속씨식물은 한글표현이니 문제없지만 피자식물 - 나자식물, 은화식물 - 현화식물 같은 말은 언뜻 와닿지 않습니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이러한 이질감은 표현이 한자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따라서 한자 뜻만 정확히 파악해도 수월하다는 말씀드리며 한자풀이부터 정리해 봅니다
한자풀이로 접근하는 단어 뜻 _피자식물-나자식물, 은화식물-현화식물
겉씨식물 vs. 속씨식물
겉씨식물 : 씨가 겉으로 드러난 식물로 나자식물과 같은 개념(속씨식물의 상대어)
속씨식물 : 씨가 속에 있는 식물로 피자식물과 같은 개념(겉씨식물의 상대어)
나자식물 vs. 피자식물
나자식물 裸子植物(裸 벗을 라(나) 子 아들 자) : 씨(아들)가 옷(외피. 겉껍질)을 벗고 있는 식물. 피자식물의 상대어며 겉씨식물과 같은 개념.
피자식물 被子植物(被 입을 피 子 아들 자) : 씨(아들)가 옷(외피. 겉껍질)을 입고 있는 식물. 나자식물의 상대어며 속씨식물과 같은 개념.
은화식물 vs. 현화식물
은화식물 隱花植物(隱 숨을 은, 花 꽃 화) : 꽃이 숨어 있는, 즉 꽃이라고 할 것이 없는 식물. 이들은 꽃이 없기 때문에 포자번식하고(포자식물) 현화식물의 상대어로 민꽃식물과 같은 개념.
현화식물 顯花植物(顯 나타날 현, 花 꽃 화) : 꽃이 나타난 식물. 즉 꽃이 피는 식물. 꽃이 있으니 당연히 씨도 있고(종자식물), 은화식물의 상대어로 꽃식물과 같은 개념.
와~! 한자만 풀이해 봐도 용어의 뜻이 정리되는 것 같지 않나요? 맥락도 없이 느껴지던, 피자니 나자니 은화니 현화니 하는 말들이 알고 보니 한자표현에 뜻이 다 함축되어 있음을 알게 됩니다.(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어렵습니다. 漢字~^^)
쌍떡잎 - 외떡잎식물은 또 뭐지?
식물 분류 개념을 정리하다 보니 쌍떡잎식물- 외떡잎식물도 궁금해집니다.
자칫 겉씨식물(나자식물)- 속씨식물(피자식물), 꽃식물(현화식물)-민꽃식물(은화식물)과 뒤엉켜 뒤죽박죽이 될까 싶은 노파심에 쌍떡잎-외떡잎식물도 정리해 봅니다.
먼저 말해둘 것은 쌍떡잎-외떡잎식물은 위의 것들과는 다른 속씨식물(피자식물) 내의 하위 개념이라는 점입니다. 즉 속씨식물이 다시 쌍떡잎식물과 외떡잎식물로 갈라지는 것입니다.
식물분류체계 각각의 개념에 대해 총정리합니다.
겉씨-속씨식물, 피자-나자식물, 은화-현화식물, 쌍떡잎-외떡잎식물 총정리
1. ‘꽃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은화식물(민꽃식물. 포자식물) vs. 현화식물(꽃식물. 종자식물)
은화식물 隱花植物(隱 숨을 은, 花 꽃 화) : 꽃이 숨어 있는, 즉 꽃이라고 할 것이 없는 식물.
현화식물 顯花植物(顯 나타날 현, 花 꽃 화) : 꽃이 나타난 식물. 즉 꽃이 피는 식물.
은화식물(cryptogams, 隱花植物)
은화식물은 민꽃식물 또는 포자식물(胞子植物)로도 불리는데, 종자식물의 상대개념으로 1843년 프랑스의 고식물학자 A.T. 브로냐르가 꽃의 유무에 의해 식물계를 2가지로 대별한 것이 그 시초입니다.
이들은 꽃이 피지 않는 식물로 씨를 통해 번식하는 종자식물과는 달리 포자를 통해 번식합니다.
이끼 등의 선태식물, 고사리, 쇠뜨기, 속새 등의 양치식물, 곰팡이, 효모, 버섯 등의 균류 그리고 세균류, 조류(藻類) 등이 해당됩니다.
특이점은 이 가운데 양치식물을 제외하면 모두 관다발이 없는 하등식물이라는 점입니다. 또한 종자식물이 거의 동일한 식물군을 이루고 있는 반면, 이들 은화식물은 양치, 선태, 조류, 균류처럼 계통적으로 이질적인 군의 집단입니다.
따라서 현화-은화식물의 분류는 계통분류학적으로 무의미한 것이며, 오늘날 분류학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고 있다 합니다.
현화식물(phanerogams, 顯花植物)
꽃이 피는 식물. 속씨식물과 겉씨식물의 총칭이며 은화식물(隱花植物)에 대응하는 호칭입니다.
그러나 꽃이라는 형태상의 단위를 정의하기가 어렵고, 양치식물의 부처손속이나 석송속 등에서는 포자엽이 집합된 부분을 꽃이라고 간주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 호칭은 최근에는 쓰이지 않으며, 보통 종자식물이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한편 flowering plants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속씨식물에 한정하여 사용하기도 합니다. 덧붙여 겉씨식물은 꽃은 없다고 보고, 속씨식물만을 현화식물이라 부르는 견해도 있습니다.
2. (꽃식물 중에서) ‘씨가 어디에 맺히느냐’에 따라
겉씨식물(나자식물) vs. 속씨식물(피자식물)
겉씨식물(나자식물 裸子植物_裸 벗을 라, 子 아들 자) : 씨가 겉에 맺히는(씨방이 없는) 식물
속씨식물(피자식물 被子植物 _ 입을 피 子, 아들 자) : 씨가 속에 맺히는(씨방이 있는) 식물
겉씨식물(Gymnosperm 나자식물 裸子植物)
겉씨식물은 밑씨가 밖으로 드러나 있는 식물로 나자식물(裸子植物)이라고도 합니다.
겉씨식물은 암꽃의 심피가 벌어져서 밑씨가 밖으로 노출되어 있는 원시적인 형태로, 심피가 씨방을 만들어 그 속에 밑씨를 보관하게 되는 속씨식물과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속씨식물(angiosperms 피자식물 被子植物)
식물군 중 꽃을 생식기관으로 가지고 밑씨가 씨방 안에 들어 있는 식물군을 말하는데, 식물군 중 가장 많은 종(種)을 차지해 전체 식물의 약 80%가 이 군에 속합니다.
중생대인 약 1억 4천만 년 전에 지구상에 처음 나타난 것으로 추정합니다.
겉씨식물과 속씨식물의 차이
겉씨식물과 속씨식물은 몇 가지 점에서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밑씨의 위치(씨방의 유무)
속씨식물은 암꽃의 심피가 씨방을 만들어 그 속에 밑씨를 보관하는 구조인 반면, 겉씨식물은 심피가 벌어져서 밑씨가 그대로 밖으로 노출되어 있는 원시적인 형태입니다.
수정방법
속씨식물은 꽃가루가 암술머리에 붙어 씨방으로 내려가서 중복수정을 하며 그 후에 배와 배젖이 형성되는 반면, 겉씨식물은 꽃에 화피가 없고 암꽃과 수꽃이 따로 피며 주로 바람에 의해 수정이 이루어집니다. 또한 수정 전에 배젖이 형성되고 중복수정을 하지 않는 점도 다릅니다.
떡잎의 수
속씨식물은 외떡잎식물과 쌍떡잎식물로 나누어지듯 떡잎의 수가 1~2개이지만 겉씨식물은 종에 따라 몇 개에서부터 다수까지 제각각입니다.
관다발의 구조
속씨식물은 물관과 체관을 따로 갖고 있는 반면, 겉씨식물은 물관이 없거나 물관 대신 헛물관을 갖고 있으며, 체관부에는 많은 체구멍이 있어 체관과 같은 역할을 한다.
뿌리의 구조
속씨식물은 쌍떡잎식물은 원뿌리와 곁뿌리로 이루어진 곧은 뿌리로, 외떡잎식물은 수염뿌리의 구조를 갖고 있는 반면, 겉씨식물은 속씨식물의 쌍떡잎식물과 같은 구조를 지녀 원뿌리와 곁뿌리로 된 곧은 뿌리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3. (꽃식물 / 속씨식물 중에서) ‘떡잎이 몇 개냐’에 따라
외떡잎식물 (단자엽식물) vs. 쌍떡잎식물(쌍자엽식물)
외떡잎식물(monocotyledones, 단자엽식물 單子葉植物) : 떡잎이 한 개인 식물
쌍떡잎식물(dicotyledones, 쌍자엽식물 雙子葉植物 ) : 떡잎이 두 개인 식물
속씨식물은 다시 떡잎의 수에 따라 쌍떡잎식물과 외떡잎식물로 나뉩니다.
떡잎이란 씨앗 속에 있는 배(胚. 씨눈. embryo)에서 가장 처음 나온 잎을 말합니다. 한자로 자엽(子葉)이라고 합니다. 쌍떡잎식물은 씨가 싹틀 때 떡잎이 두 장 나는 식물로 다른 말로 하면 쌍자엽식물이 되고, 외떡잎식물은 떡잎이 한 장 나는 식물로 단자엽식물이 됩니다. 차이점 살펴봅니다
잎 모양
쌍떡잎식물의 잎은 둥글고 넓적한 모양으로 잎맥이 잎 전체에 그물처럼 퍼져 있는 그물맥을 이루는 반면, 외떡잎식물의 잎은 가늘고 긴 모양으로 잎맥 또한 길쭉한 잎을 따라 세로로 나란히 뻗어 있는 나란히맥입니다.
뿌리 모양
쌍떡잎식물은 가운데에 굵은 원뿌리가 있고 주변으로 곁뿌리들이 붙어 있는 구조인 반면, 외떡잎식물의 뿌리는 수염뿌리구조입니다. 원뿌리도 없이 긴 수염이 잔뜩 붙어있는 모양이기 때문입니다.
꽃잎의 수
쌍떡잎식물과 외떡잎식물은 꽃잎의 수도 다릅니다.
쌍떡잎식물의 꽃잎 수가 4나 5의 배수인 반면, 외떡잎식물은 꽃잎이 없거나 그 수가 3의 배수입니다.
줄기 단면(체관과 물관)
줄기를 가로로 잘라서 현미경으로 살펴보면 쌍떡잎식물과 외떡잎식물의 또 다른 차이를 볼 수 있습니다. 쌍떡잎식물이 줄기의 바깥쪽은 체관, 안쪽은 물관으로 이루어진 관다발이 줄기에 빙 둘러싸고 있는 구조인 반면, 외떡잎식물은 비록 물관과 체관이 있다 해도 관다발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구조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마치며
헷갈리기 쉬운 겉씨-속씨식물, 나자-피자식물, 은화-현화식물 용어에서 시작해 민꽃-꽃식물, 포자-종자식물, 쌍떡잎-외떡잎식물까지 개념을 살펴보았습니다.
사실 현재 우리가 접하게 되는 식물 대다수가 현화식물, 그중에서도 속씨식물임을 감안한다면, 굳이 이런 복잡한(?) 개념 정의가 필요한가 싶기도 하지만, 뭐든 개념을 제대로 잡는 일은 중요하다 봅니다. 개념정의는 집 짓기로 치면 주춧돌 놓기, 초석다지기니까요.
▣ 초목화 글 더보기
[알쏭달쏭 식물용어] 꽃차례 개념 잡기
[알쏭달쏭 식물용어] 강모, 개방화, 경성, 골돌, 관모, 갓털, 관상화, 괴경, 귀화식물, 근엽
[알쏭달쏭 식물용어] 화탁과 화관, 꽃턱과 꽃부리, 꽃받침… 어떻게 다르지?
[알쏭달쏭 식물용어] 개방화와 폐쇄화, 경성(傾性)과 굴성(屈性)
보랏빛 마늘꽃 알리움, '그 꽃이 아름답습니다'
[5월 봄꽃] 연분홍 구름꽃 위실나무(뷰티부쉬) 꽃
[5월 봄꽃] ‘만가지 병에 만병초’ 꽃이 아름다운 만병초 포토
참고자료 : 위키백과 | 네이버지식백과 (두산백과, 생명과학대사전, 과학백과사전, 시사상식사전, 자연사 박물관에서 살아남기, 재미있는 식물 이야기)
'잡학사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파트 외벽이 녹색 정원? _ 프랑스 공중정원 아파트 (0) | 2023.12.07 |
---|---|
[알쏭달쏭 식물용어] 꽃차례 개념 잡기 (0) | 2023.05.03 |
[알쏭달쏭 식물용어] 화탁과 화관, 꽃턱과 꽃부리, 꽃받침… 어떻게 다르지? (0) | 2023.05.02 |
[알쏭달쏭 식물용어] 개방화와 폐쇄화, 경성(傾性)과 굴성(屈性) (0) | 2023.05.01 |
[알쏭달쏭 식물용어] 강모, 개방화, 경성, 골돌, 관모, 갓털, 관상화, 괴경, 귀화식물, 근엽 (0) | 2023.05.01 |
댓글